아동상담의 독특성

- 아동기는 심리적 안정감과 자아존중감을 키워 나가고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하며,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사회적 기술을 익혀 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형성된 아동 문제는 이후의 발달과업 성취에 문제가 되어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사회적 적응이나 성격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까지 많은 부모와 성인들은 아동에게 나타났던 학습문제, 사회적 문제, 행동문제에 대해서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약물 남용, 가출, 학교 중도탈락, 성매매, 자살, 교내폭력, 집단따돌림 등 아동문제의 심각성이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우려를 반영하듯이 이제 아동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적절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아동 문제의 예방과 해결뿐만 아니라 이들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적절한 상담을 통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 아동 문제에 대한 심리적 접근은 교육학, 심리학, 사회사업학, 정신의학 등 여러 전문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되어 왔다. 비록 아동상담의 이론적 배경이 성인상담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하더라도 아동들이 나타내는 독특한 문제양상은 아동상담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되었다. 아동은 단순히  '작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아동상담은 단지 성인상담의 이론과 방법을 축소한 차원이 아니다. 아동의 발달단계, 환경, 상담의뢰 사유 등은 성인상담과는 차별화된 접근을 요구하므로 상담자는 아동이 처한 발달 조건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상담에 대한 차별화된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아동상담가는 아동상담의 독특성을 이해하고 전문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아동의 제한적 언어를 보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치료적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아동은 아직 언어적 능력이 미발달된 상태이기 때문에 추상적인 용어를 이해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데 제한이 따른다. 아동은 힘든 정서적 감정이나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할 때  "지루해", "심심해", "짜증 나", "지겨워", "불공평해" 등과 같이 몇 안 되는 단어를 선택하거나, 짜증과 울음과 같은 비언어적 방식을 통해 표현하기 때문에 성인들은 아주 제한된 수준에서 아동의 마음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성인들은 아동이  '자신의 힘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제한점이 있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아동의 비언어적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로 혼을 내거나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성인과 아동이 주고받는 일상적인 언어는 아동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일상 언어만을 사용할 경우, 부모 - 아동, 교사 - 아동 또는 상담자 - 아동 사이에 이루어지는 감정에 대한 의사소통은 빈곤해지기 쉽다. 따라서 성인이 사용하는 일상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아동과 성인 모두의 표현과 이해를 돕는 데 있어서 깊이가 결여되기 쉽다. 

 

- 아동은 스스로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충분히 처리하거나 소화시킬만한 내적인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동을 도울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동상담은 성인상담과 동일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아동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상담기술과 함께 여러 가지 치료적 매체를 도입해야 한다. 아동의 변화는 이러한 매체와 함께 언어적 상담 기술이 결합될 때 가능해진다. 일반적으로 아동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아동에게 자연스러운 언어는 놀이, 미술, 무용, 음악, 모래 그리고 은유적 이야기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치료적 매체는 네 가지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첫째, 치료적 관계를 촉진한다.

둘째, 아동의 내적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도록 촉진한다.

셋째, 자신의 문제를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넷째, 자신에게 적절한 대처방법을 스스로 고안해 내도록 돕는다.

 

이러한 치료적 기능들은 아동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며, 아동상담가가 아동의 개인적 특성과 고유한 문제 영역에 적합한 매체를 전문적으로 활용할 때 더욱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 아동상담 대상은 아동뿐 아니라 가족을 함께 포함해야 한다.

- 아동의 문제는 아동 개인의 특성과 함께 부모환경 특성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아동 개인의 특성은 아동의 기질이나 유전적 특성이 포함되고, 부모환경 특성에는 양육환경, 부부관계의 질이나 만족도 등이 직·간접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또한 현대는 핵가족화가 이루어지면서 아동이 주 양육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받게 됨으로써 어머니의 심리적인 특성이 아동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아동상담에는 아동의 기질, 유전적 특성, 양육환경, 부부관계, 주 양육자의 심리적 특성 등이 함께 다루어질 때 아동의 문제를 보다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아동상담 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 >

아동 개인의 특성	가족 환경
	양육 환경	부부관계	주 양육자의 심리적 특성
• 기질적 특성 : 까다로운 기질, 순한 기질, 느린 기질 등 • 유전적 영향 : 낮은 지적 기능 수준, 뇌성마비, 충동성 등 • 신경생리학적 특성 : 뇌 이상, 생리적·신체적 특성 및 질병 • 인지적 특성 • 낮은 자존감	• 사회인구학적 변인 : 소득, 교육수준, 모의 취업 유무 등 • 양육 방식 : 과잉보호, 과잉통제, 방임, 학대, 거부 등 • 부모의 양육관 및 양육관의 일치도 • 이혼, 사망 등에 의한 물리적 양육환경의 부재	• 부부관계의 질 (부부 만족도 및 행복도) • 부부갈등 • 부부폭력	• 낮은 자존감 • 우울 • 히스테리 • 강박증 • 편집증

 

- 아동상담은 성인상담과 달리 아동 개인을 대상으로 상담이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고, 아동과 부모 모두를 그 대상으로 한다. 아동상담은 사물에 아동이 흥미를 보이는 만 3세 이후 아동이 적합하며, 부모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내면적 문제, 외현화된 문제 모두가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부모를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예비부모와 현재 양육 상의 어려움이나 부부 문제를 겪고 있는 부모 모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치료적 차원과 더불어 예방적 차원에서 부모를 교육하고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3. 아동의 자기 치유적인 성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아동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치료를 지향하고 있다는 내재적 정보를 상담 상황 안에서 보여준다. 아동은 부모의 잘못된 양육이나 정신적 충격을 주는 사건 등 부적절한 환경으로 인하여 내면적 고통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그 원인적 상황을 치료적 매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오랜 시간 임상에서 아동을 관찰해 온 많은 아동 상담가들은 아동이 고통에 직면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통의 원인이 된 사건으로 향하는 성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아동의 치유적 성향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아동이 상담 상황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매체를 통해 상징화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삶을 극복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담가는 아동의 이러한 능력을 존중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며, 아동이 안전하게 자기 치유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동의 치유적 성향은 은유나 상징적 이미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동의 내적 세계의 고통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아동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따라가 줄 수 있는 상담가의 전문적 능력이 필요하다. 

4. 아동상담은 전 생애적 발달과정 관점과 다학문적 통합적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

- 아동은 신체적·지적 ·언어적 ·정서적 ·사회적 변화가 수반되는 발달과정에 있다. 많은 아동들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때 수반되는 갈등이나 긴장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아동상담의 목적은 아동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의해 유발되는 고유한 문제뿐 아니라 모든 아동이 발달과정상 보일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도 도와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아동상담의 치료적 관점을  치유적 측면은 물론 예방적 ·발달적 측면에서 조망해야 하는 이유이다. 

 

- 더욱이 아동의 문제는 독특하고, 원인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방법이 다른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더 치료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아동발달의 상호의존적이고 통합적인 특성 때문에 한 영역의 문제는 이차적으로 다른 영역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언어발달이 늦은 아동은 정서적으로 위축되고 친구 사귀기를 꺼리게 되어 사회성 발달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고, 정서적으로 우울한 아동은 학습동기가 부족해 이차적으로 학습부진의 문제를 수반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아동의 문제는 총제적이고 통합적 접근을 고려한 치료적 관점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동의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아동상담 과정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무가들의 협력이 요구된다.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 학교 교사, 특수교육 교사, 소아정신과 의사, 소아과 의사, 가족치료사 등의 전문가 집단이 하나의 협력체계를 이루는 다전문적·다체계적 접근의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태아기	영아기 (0~18개월)	걸음마기 (18~36개월)	학령전기 (3~6세)	학령기 (7~12세)	청소년기 (12~18세)
모체에 의해 영향을 받는 시기	모든 발달영역에 걸쳐 양적·질적으로 생애 중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	언어능력, 운동능력의 획득에 따른 자아능력의 확장으로 자기 고집,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 시기	상상력이 풍부한 전조작적 사고와 오이디푸스 갈등을 경험하는 시기	구체적 사고의 시작과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획득을 위해 탐구와 실행 행동으로 분주한 시기	부모에 대한 반항과 불복종, 낯설고 격렬한 경험을 추구하며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

 

5. 상담자는 아동에게 특별한 성인의 모습으로 관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성인상담에서 치료자와의 상담관계가 주요 요소인 것처럼 아동상담에서도 아동과 상담자와의 관계가 성인상담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러므로 아동상담자는 아동과 상담자 간의 관계가 성공적인 상담결과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라는 데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또한 아동과 상담자 관계는 부모와 상담자 간의 관계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아동상담은 성인상담과는 다른 독특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① 상담자는 특별한 성인으로서 아동의 세계와 만나야 한다.

 

- 아동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자신들의 부모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지각한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아동이 지각하고 있는 세계와 만나서 작업해야 한다. 아동과의 작업은 상담자의 가치, 믿음, 태도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며, 상담자는 판단이나 비판 없이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성인으로서 아동의 세계에 머물러야 한다. 

 

② 아동과 상담자 간의 관계는 안전해야 한다.

 

- 상담자는 아동이 안전감을 갖고 행동하고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허용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아동이 안전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허용적인 분위기 안에서 제공되는 구조화된 환경 제공이 필요하다. 구조적 환경에는 아동, 상담자, 상담실의 기물을 보호하기 위한 임상적 제한, 상황적 제한, 행동적 제한이 필요하고 상담시간과 상담이 끝나는 시간을 지키도록 하는 규칙 등이 포함된다. 

 

③ 아동과 상담자 간의 관계는 진실해야 한다.

 

- 진실한 관계는 아동, 상담자 둘 모두 정직하고 솔직할 때만이 가능하다. 상담자가 자신의 본래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가장할 때는 진실한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상담자가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 줄 때 아동도 자신의 모습을 가장하지 않고 자신의 내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진실된 관계에서는 아동, 상담자 모두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감정을 억제하거나 억압할 필요가 없으며 불필요한 불안을 경험할 일도 없게 된다. 

 

④ 아동과 상담자 간의 관계는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

 

- 아동이 안전함을 느끼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상담자와 공유하기 위해서는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 비밀보장이란 아동과 상담자 간의 공유된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동학대 같은 사건 등은 다른 사람과 반드시 공유되어야 하므로 상담 시작 초기에 비밀유지의 한계에 대해 아동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드시 공유되어야 하는 정보는 어떤 것인지,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노출시킬 때는 어떤 방법을 취할지에 대한 방법은 아동이 선택하도록 한다. 상담회기 동안 있었던 것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상담자와만 공유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상담관계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여주어 아동이 지금까지 감추고 있던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게 해 준다. 

 

⑤ 아동과 상담자 간의 관계는 둘만의 독점적 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 아동과 상담자 간의 신뢰로운 관계는 둘만의 특별하고 독점적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아동은 상담자와 부모나 형제 혹은 그 어떤 타인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관계를 경험해야 한다. 아동과 상담자 간의 독점적 관계를 부모가 수용하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아동상담의 일반적 특성을 사전에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자와 아동의 독점적 관계는 상담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아동에게 안정감을 전달하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문제를 표현할 수 있는 안전기지적 관계를 유지시켜 준다. 

 

⑥ 상담자는 아동에게 침입적이어서는 안 된다.

 

- 상담과정에서 상담자의 많은 질문은 어떠한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동은 누구와도 나누기 싫은 것에 대해 질문을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런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아동은 침묵하게 된다. 그러나 아동에게 질문하고 아동의 가정환경 등에 대해 탐색하는 것이 아동의 세계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상담자는 아동에게 침입적이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⑦ 아동과 상담자 간의 관계는 목적을 가져야 한다.

 

- 대부분의 부모들은 불안 때문에 상담실 문 앞에 올 때까지 아동에게 상담실을 오는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이때 아동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당황해하고 불안해한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아동이 상담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동이 상담을 받으러 온 이유를 명확히 알 때 아동은 상담과정에서 열의를 갖고 참여하게 되며, 상담관계는 보다 계획적이고 목적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담회기 동안에 포함되는 놀이나 다른 활동이 의도적인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이끄는 것도 상담자의 과제이다. 그러나 이는 놀이가 상담자에 의해 지시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담이 이루어지는 동안 아동과 상담자와의 만남의 목적을 구체화해서, 스스로 그 목적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상담자가 도와주어야 상담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아동상담"에서 인용함.